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창업자와 투자자의 과반 이상은 투자 시장 위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반적인 위축 속에서 투자 방향은 인공지능( AI) 등 딥테크 기업 중심으로 편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언스 센터장, 정영현 코르카 대표, 깁종우 서울경제진흥원 창업본부장,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 간담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창업자의 63.2%와 투자자의 64%는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투자 유치가 어려웠다고 응답한 창업자는 48.4%, 투자 집행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투자자는 53.5%로 절반 수준에 달했다.
향후 1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 분위기 변화 예상을 묻는 질문에는 투자자 41.5%가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에도 부정적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들은 그 이유로 경제위기 가능성·경제상황 악화, 무능한 정부·정책 부재 등을 꼽았다.
인공지능(AI) 관련 인식은 긍정적이었다. AI 도입과 관련해 창업자의 41.6%는 회사에 AI를 도입했고 그중 19.6%는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에 AI를 도입한 창업자의 48.1%는 연구개발(48.1%), 마케팅(33.7%)에 주로 활용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투자 업종 1순위는 AI, 빅데이터 등이 포함된 딥테크로 과반 이상이 투자 고려 업종으로 선택했다. 딥테크는 AI 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항공우주 등 기술도 포괄한다. 다음으로 헬스케어·바이오, 금융·핀테크·블록체인이 2위, 소프트웨어·솔루션이 3위로 조사됐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AI 전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어졌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영상 특화 AI 솔루션 기업 '트웰브랩스'은 7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스트라드비전'은 시리즈C에 이어 42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AI 기반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는 260억원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AI 스타트업 코르카는 프리-A 라운드 기준 80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기업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외식업체 리뷰·댓글 관리를 AI로 지원하는 '르몽', 다크웹에서 사용되는 은어와 특수한 언어를 분석하는 'S2W', 3차원 현미경 광학기기 기업 '토모큐브', CPU, GPU 등 반도체 간 통신을 돕는 CXL 스위치 개발 스타트업인 파네시아 등이 특화된 아이디어로 투자유치를 이끈 성공사례로 꼽았다.
민간 투자 시장의 위축세가 심화되면서 스타트업 투자 흐름이 지원사업이 많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종우 서울경제진흥원 창업본부장은 "지난해 대비 올해는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기업을 평가하는 눈높이가 조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4년전에는 메타버스 기반 지원 예산이 활성화됐고, 이후 스마트헬스케어, 이제는 AI로 변화했다"며 "AI는 올해 기술적 화두가 되고 있어 정부쪽에선 내년 예산에 AI 관련 지원 예산을 많이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력있는 기업은 고객을 찾아 글로벌로 나가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지원금에 의존하며 버티는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라며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글로벌 저금리로 발생했던 거품이 완전히 꺼지면서 창업에 진심인 사람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스타트업계 이해관계자 1050명을 대상으로 9월 13일부터 27일까지 총 15일간 오픈서베이와 리멤버(창업자, 투자자)를 통해 진행됐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AI로 쏠리는 스타트업 창업·투자 생태계…'부익부 빈익빈' < 소부장·스타트업 < 기업 < 기사본문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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